소리의 3요소는 음량, 음고, 음색입니다. 세 요소 모두 중요하지만 우리가 좋은 소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음색일 것입니다. 그러나 음색만큼 주관적인 것이 없죠. 음고와 음량은 1차원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음색은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단위가 존재하지 않죠. 음색은 음량과 음고에 비해 굉장히 다차원적인 요소입니다.
음색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배음의 분포입니다. 요즘은 배음이 없는 사인파를 사용해 서브베이스를 만들거나 멜로디 악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음악을 만들 때 사용되는 소리는 대부분 배음이 있는 합성음입니다. 배음은 어떤 소리의 기본음 주파수(기음) 위로 쌓여지는 주파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기본음이 100Hz이면 2배음은 200Hz, 3배음은 300Hz가 됩니다. 일반적인 악기나 사람 목소리는 정수배만 가지지 않고 비정수배의 음들도 가집니다. 신디사이저에서 발생되는 톱니파, 사각파, 삼각파는 정수배만 발생되기 때문에 어쿠스틱 악기나 목소리보다는 단순하게 들리는 것이죠. 배음이 많은 소리일수록 풍부하다고 느낍니다. 배음의 분포를 막대 그래프로 나타낸 것을 스펙트럼이라고 합니다. 이 스펙트럼이 소리의 파형을 결정하게 됩니다.
음색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포만트 영역입니다. 기본음 주파수에 관계없이, 즉 어떤 음고로 소리를 내든 특정 영역 배음들의 진폭이 크다면 그 영역이 포만트 영역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악기로 100Hz음을 연주 할 때나 400Hz음을 연주 할 때나 똑같이 1000~1200Hz 의 주파수들이 크다면 1000~1200Hz가 그 악기의 포만트 영역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 포만트 영역이 우리가 악기소리, 목소리를 구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음색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엔벨로프(진폭변화곡선)입니다. 소리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음색이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악기 지속음의 첫 부분과 끝부분을 자르고 지속되는 부분의 소리만 들으면 무슨 악기소린지 구분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어 음색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스펙트럼, 포만트 영역, 엔벨로프의 모양이 비슷하다면 우리는 같은 악기 소리로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을 처음 연주하는 아이가 낸 바이올린 소리와 프로 연주자가 낸 바이올린 소리를 우리는 똑같이 바이올린 소리라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프로 연주자가 내는 바이올린 소리를 더 듣기 좋다고 느낄 것입니다. 어떤 힘을 가했느냐, 음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짚었느냐, 어떤 속도로 활을 켰느냐에 따라 음색을 결정짓는 요인들이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
음악 프로덕션 과정에서도 이러한 요인들을 잘 생각해보면 좋은 소리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녹음부터 믹싱, 마스터링까지 소리의 음색이 바뀔 수 있는 변수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녹음할 때는 우선 연주자의 실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겠죠. 악기든 목소리든 얼마나 풍부하게 소리를 잘 내느냐 그리고 그 소리를 그대로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이크, 음량을 키우면서 듣기 좋게 배음을 추가시켜주는 프리앰프 등의 장비의 성능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믹싱, 마스터링에서는 EQ, 컴프레서, 새츄레이터, 리미터 등 다양한 프로세서들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런 프로세스들이 모두 음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죠. EQ로 레조넌스를 정리하고 컴프레서가 피크를 정리하면서 스펙트럼과 엔벨로프가 변한다면 음색이 오리지날 소스의 것과는 당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변화가 과연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인가를 항상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치 않는 변화를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체인을 구성하는 것이 좋겠죠. 예를 들어 EQ로 듣기 싫은 소리를 정리한 뒤 다이나믹을 정리하기 위해 컴프레서를 썼더니 고역대가 의도치 않게 강조 되었다면 다시 EQ로 돌아가 값을 조정하거나 컴프레서 뒤에 다른 성향의 EQ 하나를 더 걸어 고역을 살짝 내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프로세스든 듣기 좋은 소리, 다른 악기들과 잘 어우러지는 소리가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프로세스를 거쳐 소리가 바뀌었다고 무조건 소리가 더 나아지기만 하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